경계 1/ 문정영/ 다층 2001년 여름호
경계 1
물살 느린 강가에서 나는
지난 한 세월을 찌에 묶어 멀리 던졌습니다
기쁜 날들과 슬픈 날들이 낚시바늘에 교대로 매달려
물 속 깊이 가라앉았습니다
그 중심 위에서 작은 미끼 하나에
혼돈과 명징의 세계가
자꾸만 흔들리고 흔들렸습니다
어느 한 세상도 가볍게
부표처럼 떠 흐르거나
쉽게 가라앉지 못했습니다
해넘이 적
몇 갈래의 물살을 거스르고, 피라미 떼들만
때 벗은 조약돌 같은 흰 배를 내밀며
언뜻언뜻 뛰쳐 올랐을 뿐입니다
물이 차 오르면서 마흔 개의 빈 낚시 바늘에
아가미가 걸린 커다란 달 하나가 흔들리던 경계를
남은 삶 속으로 끌어당기고 당겼습니다
[감상]
낚시의 행위를 세월을 낚는 것에 비유한 이 시는 낚시 본래의 기능과 맞물려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어느 한 세상도 가볍게/ 부표처럼 떠 흐르거나/ 쉽게 가라앉지 못했습니다"의 표현에서 드러내는 부력은 삶에 대한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살이란 세월을 묶어 던진 찌를 삶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라는 것. 어쩌면 불혹의 나이에 건져 올려지는 것들은 달빛처럼 아득하리란 것. 그 경계에서 詩가 넌출넌출 뻗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