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시산맥상 수상작 』/ 성향숙/ 시산맥
수면의 경계
맑게 빛나는 수면위로 한 사내가 하늘을 향한 채
움직임도 없이 떠있다
망망대해 일엽편주처럼, 떨어진 한장의 꽃잎처럼,
허옇게 배를 뒤집고 떠 있는 물고기처럼.
생과 사의 경계는 수면이다
가라앉는 몸뚱어리 이리 틀고 저리 비틀며
지느러미의 유연함처럼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떠오르기 위해 허파속으로 공기를 거푸거푸
불어넣을 때 주입되는 물
몸속을 물로 가득 채워 새로운 부력을 만들고
팅팅 불어터진 몸체 서서히 떠오른다
저렇게 완벽하게 떠 있는
그가 수없이 들락거렸을 수면의 아래위
그 경계에서 무거운 생으로 가라앉아 있다가
가볍게 떠오를 때
그는 얼마나 큰 희열을 느꼈을까
몸통, 눈, 코, 입, 귀, 유연했던 팔다리,
세포 하나 하나 물이 점령할 때마다
지느러미 하나씩 매다는 것을
어쩌면 죽음에게 무심코 건네주는 생보다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었는지 모른다
생을 완전히 움켜쥐었을 때 수면위로 가볍게 떠오른
그의 몸은 온통 지느러미로 너풀거린다
죽음은 물보다 가볍다
[감상]
어느 날 수면 위에 떠오른 한 사내의 익사체를 담담하면서도 순간순간 섬뜩하게 묘사와 직관으로 표현해냅니다. 익사체는 부패에 영향을 미치는 수온에 따라 달라지는데, 통상 여름은 2~3일, 겨울은 2~3개월 후에 주검으로 떠오른다고 합니다. 이 시는 이러한 과정을 '지느러미'를 매다는 과정으로 잇대어 놓습니다. 왜 사내가 죽었는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추상과 관념을 넘나들며 부력에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은 물보다 가볍다' 마지막 연을 오래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