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 김영승 / 민음사
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감상]
김영승 시인의 시들은 우선 재밌습니다. 그리고 진솔하고요. 일기처럼 자신의 치부까지 낱낱이 드러낸 시편들에서 그의 삶의 고단함이 느껴집니다. 술에 대한 시적인 부분을 크로키하듯 그려 넣은 이 시는, 읽는 순간 웃음이 번집니다. 그것 참, 하면서요. 세 병쯤 마셔서 보일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거기 구경하기 참 어렵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