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대한 반성문』/ 복효근 / 시와 시학사
상처에 대하여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 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 향기가 난다
[감상]
"상처"에서 향기가 난다는 발상이 새롭습니다. 왜일까를 쫓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에 이르러 잠시 숨을 멈춰 봅니다. 시인은 화상이 꽃 모양을 닮았다는 발견에서 더 나아가 "향기"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수학공식처럼 단순 반응하는 요즘 일상 속에서, 시는 이렇게 매번 마음을 일깨워 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