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그대들의 나날들 - 마종하

2001.06.29 13:10

윤성택 조회 수:1522 추천:319

마종하/ {문학동네} (1998.봄)/ 1943년 강원 원주 출생, 1968년 동아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노래하는 바다』, 『파 냄새 속에서』, 『한 바이올린 주자의 절망』


       그대들의 나날들



        언제부터인가, 장식이 없는
        달력을 쓰기 시작하였다.
        검은 선의 칸막이에 갇힌 숫자들,
        …… 혹은
        배면은 그래도 언제나 희다.
        흰 나날 속에 검게 박히는 발자국은
        희망에 이르는 길인지,
        절망에 이르는 길인지.
        앞이라고 굳게 믿으며
        뒤가 되어 밀리는 나날들.
        오늘도 톱니에 뚫린 선을 따라
        달력을 뜨르륵 찢어낸다.
        번뇌의 나날들이 깨끗이 잘려나가고
        역시 깨끗한 희망, 깨끗한 절망이
        새롭게 펼쳐진다.
        오늘도 □ □ □의 방에 빠져들었다,
        잠결에 언뜻언뜻 건너뛰어
        그대와의 약속시간을 찾아 나간다.
        시간들이 거기 있고
        비바람으로 물 고인 광장에는
        햇빛이 스산히 풀리어 날리고,
        나는 대체로 그렇게 가난한
        그대를 만난다. 오, 그대,
        오로지 나와 같은 그대여.
        그대가 변함없이 따뜻해야만
        나는 내일도 끝까지 산다.


[감상]
"그대가 변함없이 따뜻해야만/ 나는 내일도 끝까지 산다." 이 부분이 좋네요. 역시 절망과 희망에 관해 시인이 겪는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 나도 끝까지 살고 싶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1 누가 내건 것일까 - 장목단 2003.04.22 1018 152
90 지하도에서 푸른 은행나무를 보다 - 서안나 2003.06.16 1017 164
89 음풍 - 박이화 2003.12.12 1016 201
88 구름, 한 자리에 있지 못하는 - 이명덕 2003.03.17 1016 179
87 내 그림자 - 김형미 2011.01.14 1014 84
86 자전거포 노인 - 최을원 2003.09.03 1013 166
85 적(跡) - 김신용 2002.09.06 1013 172
84 사라진 도서관 - 강기원 2010.01.21 1011 106
83 나무의 손끝 - 신원철 2003.05.23 1010 167
82 내가 읽기 전엔 하나의 기호였다 - 고현정 2002.12.30 1009 180
81 접열 - 권영준 2003.11.04 1008 186
80 공사장엔 동백나무 숲 - 임 슬 [1] 2002.11.07 1008 167
79 다대포 일몰 - 최영철 2002.06.26 1007 180
78 영자야 6, 수족관 낙지 - 이기와 2002.06.03 1007 182
77 어물전에서 - 고경숙 2002.11.19 1005 180
76 부리와 뿌리 - 김명철 [1] 2011.01.31 1004 109
75 산란2 - 최하연 2003.11.27 1004 178
74 목단꽃 이불 - 손순미 2003.04.15 1004 149
73 못을 박다가 - 신현복 2009.12.07 1003 112
72 무덤생각 - 김용삼 2003.01.23 1000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