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아카시아 - 박순희

2001.06.14 15:29

윤성택 조회 수:1757 추천:313

박순희 / "시의 힘" 동인 (http://www.freechal.com/powerpoem)


    
아카시아



  생리 때가 되면 몸살이 난다 열 세 살 때부터  터득한 몸앓이 나쁜 피가 내 몸을 돌고
돌아 내 기억을 돌고 돌아 검고 축축한 터널을 지난다 신촌역에서 불신검문을 하던 전
경들은 내 가방을 뒤지다 생리대를 보곤 씩 웃더니 가보라고 손짓했다  차가운 입김같
은 수치심이 귀까지 달아오르던 스물 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함에  구토증세까
지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여고생은
생리중이었다 깊숙하게 패인 그녀의 허벅지에 그늘지던 아스팔트의 불빛 독한 화학약
품으로도 지울 수 없는 한 시절,  어두운 터널을 얼마만큼 걸어온 것일까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날아온다 정릉 산5번지 뒷담 너머 비밀처럼 오고가던 수녀들의  사생활같이 검
은 옷에서 열리던 하얀 빛 담 구멍으로 흘러나오던  수녀들의 웃음소리에 젖몽우리 서
는 가슴앓이로 상복입은 상주처럼 고개 숙이고 얼마나 더 건너가야 하는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는 나쁜 피, 생리 때가 되면 저릿저릿해오는 가슴




[감상]
"몸"이라는 것, 새삼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저는 남자이기에 여성의 몸을 이렇게 표현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마치 스틸사진처럼 더듬는 추억의 편린도 아릿하고요. 한눈에 봐도 표현이며 문장이 신선합니다. 시 곳곳에서 아카시아 냄새가 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71 비닐하우스 밤기차 - 이승주 2011.02.21 1089 116
70 시,시,비,비 - 김민정 2010.01.16 1089 116
69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 허수경 2009.11.04 917 116
68 검은 방 - 박장호 2008.10.15 1258 116
67 개인의 질량 - 이산 2007.12.06 1435 116
66 매포역 - 전형철 [1] 2007.11.06 1210 116
65 태양의 계보 - 홍일표 2007.11.05 1128 116
64 빈 손의 기억 - 강인한 2009.11.14 926 115
63 밤의 연약한 재료들 - 이장욱 2008.11.03 1384 115
62 사물의 말 - 류인서 2008.02.28 1320 115
61 퉁소 - 김선우 2007.10.12 1217 115
60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 류근 2011.01.28 1259 114
59 기록들 - 윤영림 2009.02.16 1061 114
58 도망자 - 이현승 2007.10.17 1101 114
57 눈을 감으면 - 김점용 [1] 2011.01.22 2491 113
56 로컬 버스 - 김소연 2010.01.19 952 113
55 불우를 씻다 - 유정이 2011.01.27 896 112
54 연리지 - 박소원 [1] 2011.01.07 939 112
53 못을 박다가 - 신현복 2009.12.07 1003 112
52 숲 - 이기선 2009.11.09 945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