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김밥 마는 여자 - 장만호

2001.05.15 11:16

윤성택 조회 수:1610 추천:298

젊고, 어리석고, 가난했던/ 장만호/ 고려대 국문과 문창반 문집



김밥 마는 여자
                



눈 내리는 수유 중앙 시장
가게마다 흰 김이 피어오르고
묽은 죽을 마시다 보았지, 김밥을 말다가
문득 김 발에 묻은 밥알을 떼어먹는 여자
끈적이는 생애의 죽간竹簡과
그 위에 찍힌 밥알 같은 방점들을,
저렇게 작은 뗏목이 싣고 나르는 어떤 가계家系를
한 모금 죽을 마시며 보았지
시큼한 단무지며 시금치며
색색의 야채들을 밥알의 끈기로 붙들어 놓고
붓꽃 같은 손이 열릴 때마다 필사되는
검은 두루마리, 이제는 하나가 된
그 단단한 밥알 속에서 피어오르는
삼색의 꽃들을



[감상]
장만호 시인은 이번 년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입니다. 연전에 뵐 기회가 있었는데, 푸근하고 선한 웃음이 인상적인 분입니다. 이 시는 김밥을 마는 여자를 통해, 발견하는 시적 정서가 새롭습니다. 특히 "붓꽃 같은 손이 열릴 때마다 필사되는/ 검은 두루마리, 이제는 하나가 된/ 그 단단한 밥알 속에서 피어오르는/ 삼색의 꽃들을"의 "꽃"에 대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이렇듯 좋은 시는 "새롭다"의 낯선 울림이 아닌지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51 죽도록 - 이영광 [1] 2011.01.26 1219 111
50 폭주족의 고백 - 장승진 [1] 2009.02.12 992 111
49 촛불 - 류인서 2009.03.23 1464 110
48 소각장 근처 - 장성혜 2009.03.18 1047 110
47 역류 - 정재학 2008.07.18 1288 110
46 부리와 뿌리 - 김명철 [1] 2011.01.31 1004 109
45 자동카메라 - 김지향 2010.02.03 1437 109
44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 신해욱 2010.01.12 1282 109
43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
42 부레 - 박현솔 2011.01.29 816 108
41 로맨티스트 - 하재연 2009.11.17 927 108
40 본인은 죽었으므로 우편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 김기택 2009.03.13 1231 108
39 빗방울 꽃 - 문신 2009.02.09 1155 108
38 소주 - 윤진화 2010.01.14 1215 107
37 사라진 도서관 - 강기원 2010.01.21 1011 106
36 보고 싶은 친구에게 - 신해욱 [1] 2007.09.19 1608 106
35 눈의 여왕 - 진은영 2010.01.13 1042 105
34 사랑의 물리학 - 박후기 [1] 2009.11.05 937 105
33 주름 - 배영옥 [1] 2007.08.30 1260 105
32 바닷가 저녁빛 - 박형준 2009.03.03 1317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