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흐느낌> / 김충규/ 《시선》2005년 여름호
꽃의 흐느낌
꽃의 흐느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밤,
그 흐느낌은 화려한 향기를 며칠동안 내뿜은
뒤에 오는 격렬한 후유증인 것
꽃은 지금 제 종말을 나에게 타전하고 있는 것
내일 아침 눈뜨면 가장 먼저 죽은 꽃에게 문상을 가리라
검은 하늘이 제 욱신거리는 통증 자리에
달 파스를 발라놓고 뒤척이는 밤,
가늘게 흐느끼며 죽어가는 꽃을 위해
내가 준비한 위로는 아무것도 없다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겨
이미 덤으로 살고 있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다만 꽃의 흐느낌이 내 몸에 고스란히
떨림으로 다가와 잠 못 들고 있는 것일 뿐
[감상]
없다, 아니다 해도 꽃의 흐느낌을 듣는 시인은 꽃에게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로의 대상을 부정함으로써 감상적 주관을 분리하고, 그 안에서 대상과 화자와의 거리를 이해하면서 더욱 감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철 따라 피는 꽃에게도 인격과 의미를 부여하는 섬세한 감성도 감성이지만, <달 파스>로 표현하는 <통증>의 탁월한 비유도 신선합니다. 실지로 붉은 각혈을 겪으며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시인에게, 각혈하듯 색으로 피는 <꽃>의 상징은 삶의 애잔함이자 연민의 대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