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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정병근

2005.08.17 11:12

윤성택 조회 수:2711 추천:250

《사랑을 말하다》 / 정병근 / 《다시》(2005, 근간) 中



        고백

        너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나는 나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할수록
        더 많이 나는 나를 사랑했으며
        나를 원 없이 사랑한 후에
        또다시 너라는 이름의 사랑을 찾아
        바람과 허기의 쑥대밭을 어슬렁거렸다

        나는 너무 많은 나를 사랑하고 사랑했으므로
        이제 너를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지만,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천형을 받았다
        너를 사랑하는 내가 있다


[감상]
<너를 위해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다. 나는 다만 갈구하고 투정했을 뿐, 너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나는 나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나의 사랑은 이토록 이기적이다. 하여, 나는 너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라는 시와 곁들인 시인의 산문에 눈길이 머뭅니다. 사랑이 이토록 복잡 미묘한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에 새삼 공감하면서, 사랑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세상의 친구들과 읽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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