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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 장만호

2008.11.26 23:25

윤성택 조회 수:1829 추천:128

《무서운 속도》 / 장만호 (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랜덤시선 42》(2008)


        별이 빛나는 밤에

        지난 사랑은 오래된 음반과 같아
        그 사람 서성이던 자리, 자리마다
        깊은 발자국들
        흠집들

        바늘이 튈 때마다
        탁, 탁, 장작 타는 소리 들려오고

        일제히 떠오르는 무수한
        불티들, 급히
        손으로 눌러 끈 자리
        그 밤하늘 자리에

        지문 같은 별들,
        소용돌이치는 밤

        가만히 그 손을 입술에 대보는
        별이 빛나는 밤


        
[감상]
비구름이 지나고 난 뒤 밤하늘의 별들을 보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날은 정신없이 흘러간 혼탁한 기억에도 오래된 LP판이 돌아갑니다. 그것을 마음의 자리라고 해도 되겠지요. 한때의 선택으로 지금에 이르렀다면, 항상 같은 자리에서 튀는 LP판처럼 기억에도 에이는 곳이 있습니다. 음반에서 바늘로, 불티로 지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내맡기다보면 어느새 이 저녁은 검은 스피커가 됩니다. 고흐의 그림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픈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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