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벼운 짐/ 유용주/ 창작과 비평사
목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집을 짓다 보면
나무는 뼈로 한세상을 더 산다
그 푸르렀던 시절,
살과 피로 온 세상 바람을 다 맞아들였던 나무,
몇 십년 혹은 몇 백년을 뼈 하나로 버틴다)
몸이 바로 서려면
뼈가 튼튼해야 하는 것처럼
한 건물을 떠받치는 힘은
철근의 뼈와 콘크리트의 살이 조화된
굳건한 저항력이리라
목수는 쉴새없이 집을 짓지만
짓는 것에 구속당하지 않는다
연장 가방만 챙기면 어디든 떠날 수 있다
좋은 목수는
짓고 난 뒤 깨끗하게 해체시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하리라
다 짓고 난 건물을 쳐다보아라
목수의 흔적은 거의 없다
뼈를 감싸고도는 살의
강건한 근육만 무겁게 빛날 뿐,
좋은 목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커다란 나무의 여백만이 홀로 남아
쓸쓸한 바람으로 부풀리고 있을 뿐
[감상]
'나무는 뼈로 한세상을 더 산다' 이 참신한 발견에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삶의 체득을 통해 쓰여지는 시가 얼마다 울림을 주는가를 알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