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작가세계 가을호』/ 황학주 / 작가세계
聖
갈래길 가에 있는 소나무 뿌리에 앉아 있었다
멀리 가서 끄집어내보는 생처럼
허리에서 두세 걸음 떨어져 드러난 뿌리
가슴에서 내려가 배 밑에 늙고 있는
내 性과 맞춰보았다
열정의 기둥에서 한 뼘쯤 휘어진 그 끝
[감상]
거룩한 성(聖)과 육체적 특성의 성(性)에 대해, 이 시는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냅니다. 그리고 시인의 열정이 "소나무 뿌리"로 표현됩니다. 이는 자신을 과장하거나 작위적으로 만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드러냈다는 점이 맞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聖)스러운 것과 성(性)스러운 것의 절묘한 합일의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척박한 이방의 땅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이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