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꽃> / 이인철/ 《시와정신》2006년 봄호
유리꽃
앞차에서 튀긴 작은 돌멩이가 앞 유리창에 부딪힌다
작은 봉오리가 맺혔다
달리는 꽃이 핀다
작은 균열들이 방사형으로 꽃잎을 키운다
그 위에 테이프를 붙이며 따라가다 보면
차 안에도 꽃이 환하다
햇볕에 꽃의 그림자가 내 속으로 투영된다
꽃잎에 붙어있는 흰 반창고
정비공장 마당
해머소리
꽃들이 상처를 중심으로 되돌아 달린다
우수수 유리꽃잎들
정비공장 앞마당에서 바스러지고 있다
[감상]
자동차 유리창의 균열에 대해 군더더기 없는 묘사가 빼어납니다. <작은 봉오리>로 점철되는 꽃의 환기는 미세한 균열조차 여린 가지로 연상됩니다. 더욱이 해머에 의해 파괴되는 유리를 <꽃들이 상처를 중심으로 되돌아 달린다>로 들여다보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관찰의 예리함이 돋보입니다. <작은 돌멩이>에서 시작되는 꽃과 균열 중인 유리, 이렇게 이 시는 꽃의 형성 배경과 특성을 통해 문명화에 수반되는 자연의 파괴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일깨워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