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건축 1
詩 이향지
한 알갱이가 한 화분 속에서 한 덩어리 되어 한 뿌리는 살리는 것이다
한 방울이 한 뿌리로 스며 한 송이를 피우는 것이다
한 덩어리 속에서 한 알갱이는 가만히 잊어져야 더 좋은 것이다
* 이향지 시집 ≪햇살 통조림≫ (시작, 2014) 中
[읽기 메모]
요즘 우리 사회는 점점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고 파편화되어 이 사회에 흩어져 있는 거겠고요. 이렇게 온라인으로 우리가 네트워크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듯싶지만, 화면만 벗어나면 또 외로운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시는 그 ‘한 알갱이’를 통해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고 세상을 살리는 방법을 일깨워줍니다. 알갱이는 흙에서 방울로 전이 되어, 살리고 스미고 피우며 잊어지기도 합니다. 생성과 소멸이 함께하는 이것이 진정한 흙의 건축이겠지요. 헤아릴 수 없는 동식물들이 죽어서 용해된 것이 흙이듯, 우리 또한 흙으로 돌아간 선대의 수많은 사람들의 일부분입니다. 가만히 잊는다는 것은 ‘나’ 개인이 ‘너’로 옮겨가는 시간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