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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2008.03.12 18:08

윤성택 조회 수:1618 추천:132

『뜻밖에』 / 박제영 (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 《애지》 시인선 (2008)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그리움이란
        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
        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신

        한때는 ‘나’이기도 했던 당신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비가 내리는 오후 세 시
        나를 견인하고 있는 당신


[감상]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에도 하나로 그러모아지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안타까움, 염려, 두려움, 미련, 전이… 연마다 각기 드러나는 마음이 빗물에 섞이듯 촉촉한 그리움으로 색을 갖습니다. 그토록 가련하게 여겨졌던 <당신>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마지막 연은 관계의 역전을 보여줌으로서 주체와 객체의 벽을 허물어버립니다. “대개의 生生한 삶은/ 낮고 느리고, 어둡고 쓸쓸한 그곳에 있다.”는 시집 자서가 비 내리는 오후의 마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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