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사랑』 / 최갑수/ 문학동네
석양리(石陽里)
비빌 데 없는
내 젊은 날의 구름들을 불러다
왁자지껄 모래밭에 앉히고
하늘 한켠에서
일박이일(一泊二日)로 민막하는 초저녁 달에게
근대화슈퍼 가는귀먹은 할머니한테 가서
진로소주 몇 병 받아오게 하고
깍두기도 한 종지 얻어오게 하고
그런 날 저녁
외롭고 가난한 나의 어느 날 저녁
남해 한 귀퉁이 섬마을에서
바람이 나를 데리러 왔다가는
해당화가 피었대,
엽서만 전해 주고 그냥 돌아간 후
마을회관 옥상에 놓인 풍향계는
격렬하게 어스름 쪽을 가르키고
어디까지 왔나,
밤하늘은 금세
온갖 외로움들로 글썽거리고
[감상]
내 고향 대천에서는 시내버스 요금이면 빈털터리 서해바다를 보러 갈 수 있습니다. 가끔씩 내가 품었던 희망이 쓸쓸해질 때마다 바다에 갔었습니다. 백사장 어느 돌담밑에 쭈그리고 앉아 지는 해를 한참동안 바라보았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어떤 깨달음의 소리를 줄 때까지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캔맥주를 땄을 때 들리는 파도소리. 벌겋게 취한 것은 서쪽으로 난 모든 창들이었고, 나는 잔상이 남은 먹먹해진 눈으로 터벅터벅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때가 왜 자꾸 생각 나는 걸까요. 지금 나는 어디까지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