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저무는 풍경 - 박이화

2006.05.02 16:06

윤성택 조회 수:1825 추천:208

《그리운 연어》 / 박이화/ 《애지》시인선 (신간)


        저무는 풍경

        돌아오지 않는
        강물을 기다리는 다리는
        차라리
        무너지고 싶을 거다
        무너져선 안 되는 것들이
        기실은 더 무너지고 싶은
        이 기막힌 역설로
        나는 그대에게 기울고
        강물은 또 그렇게 범람했나보다
        허나, 나도 다리도
        끝내 무너질 수 없는 것은
        내 그리움의 하중이
        견딜만 해서가 아니라
        강물의 수위가 높지 않아서가 아니라
        결국,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의
        그 오랜 기다림이 배경일 때
        그대도 강물도
        저무는 풍경에서
        더 멀리
        더 고요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감상]
애초에 <다리>란 강을 건너야 하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경로였으나, 여기 강물이 오지 않는 낡은 다리의 배경은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의/ 그 오랜 기다림>입니다. 시를 읽으면서 무너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새삼 곱씹게 됩니다. 어쩌면 다리는 멀리 강물이 일렁이는 저물 무렵을 보며 언젠가 돌아올 강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집 전체에는 자유로운 여성성이 꽃처럼 활짝 피어 있군요. 직설적이면서 솔직한 내면의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 <봄의/ 경험이 많을수록/ 꽃은 더 붉고/ 흐벅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71 비 오는 날 사당동에서 총알택시를 타다 - 정 겸 2003.11.03 1044 167
1070 드라큘라 - 권혁웅 2004.01.08 1044 187
1069 수사 밖엔 수사가 있다 - 최치언 2002.05.20 1046 209
1068 소각장 근처 - 장성혜 2009.03.18 1047 110
1067 산딸나무 - 고현정 2003.04.28 1048 167
1066 가스통이 사는 동네 - 안성호 2004.01.02 1048 187
1065 술병 빗돌 - 이면우 [1] 2003.03.18 1049 176
1064 꽃 속의 음표 - 배한봉 2003.04.23 1049 187
1063 막돌, 허튼 층 - 이운룡 2004.12.07 1049 202
1062 알쏭달쏭한 소녀백과사전 / 흰벽 - 이기인 [2] 2003.08.29 1052 176
1061 석양리 - 최갑수 2002.05.23 1053 182
1060 밤이면 저승의 문이 열린다 - 김충규 2003.07.05 1053 186
1059 포도를 임신한 여자 - 장인수 2003.08.12 1054 180
1058 마당의 플라타너스가 이순을 맞은 이종욱에게 - 이종욱 2005.03.21 1054 186
1057 거리에서 - 유문호 2002.12.31 1055 178
1056 때늦은 점심 - 이지현 [1] 2003.04.02 1055 158
1055 댄스 파티 - 이정주 [1] 2004.06.16 1055 171
1054 2011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11.01.04 1056 71
1053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 한혜영 2002.07.12 1058 176
1052 활엽수림 영화관 - 문성해 2003.04.08 1059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