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붉은 오후』/ 조창환 / 문학동네
하지
담쟁이덩굴이 벽이 끝나는 곳에서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빈 하늘이 보송보송하다
병아리 솜털 같은 바람이 불다 말고
새들이 만든 길을 가만가만 지운다
[감상]
시는 의인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담쟁이덩굴"이나 "빈 하늘", "바람"이 나름대로 시인의 눈을 통해서 다른 것들로 환치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단아하고 정갈한 시입니다. 오늘 하늘도 처서가 지나긴 했지만, 詩처럼 보송보송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