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cross The Universe - 장희정

2007.11.12 17:54

윤성택 조회 수:1694 추천:122

「Across The Universe」 / 장희정 (2002년 『21세기문학』으로 등단) / 《문학동네》 2005년 겨울호


   Across The Universe
                

  전등이 그림자를 드리워. 가만히 목을 조여봐. 맥박 근처 물고기가 헤엄쳐. 자동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창이야. 캄캄한 금성.

  세탁기가 침몰해. 건조대가 꾸역꾸역 몸을 말려. 그로테스크한 생명이야. 내 가슴에선 자꾸 젖이 돌아. 유선을 따라 별들이 구름처럼 피어나. 비린 은하수.

  담배를 피워. 공중에 도넛이 튀겨져. 손가락에 달콤한 환각을 끼워봐. 헛된 약속의 고리야. 거품처럼 사라지는 칠성.

  사이다를 마셔. 입 안 가득 퍽퍽 터지는 별빛이야. 전갈이 혀에 맹독의 문자를 새겨. 붉은 언어가 욱신거려. 가위눌린 오리온.

  비틀즈는 츄잉캔디야. 사과맛 존 포도맛 폴 오렌지맛 조지 레몬맛 링고가 새콤달콤하게 씹혀. 워크맨이 우주를 가로질러. 별들이 리시버를 타고 날아와 박혀. 고막을 부풀리는 갤럭시.

  시계가 25시를 가리켜. 우주 미아 철이의 행방이 묘연해. GS25의 고독한 우주인이 신라면을 감아올리고 있어.


* Beatles의 〈Let it Be… Naked〉앨범 10번 트랙.


[감상]
비틀즈 음악을 통해 상큼한 시 한 편을 읽습니다. 행간을 이어가는 표현들은 예측 밖의 소재와 사건으로 짧고 명료하되 상투적이지 않습니다. 공간적 배경을 우주나 별까지 넓혀 현실과 환상이 세련되게 리듬에 섞였다고 할까요. 독특하고 과감한 설정으로 인해 시 전체에 활기가 돕니다. <우주>의 광활함이 쓸쓸함으로 비틀즈의 노래와 함께 여운을 주는군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51 오래전에 잊은 이의 눈썹 - 허수경 [2] 2011.03.15 1812 146
1050 선풍기 - 조정 [1] 2005.01.25 1807 178
1049 민들레 - 이윤학 2001.06.13 1803 285
1048 제기동 블루스·1 - 강연호 [2] 2001.04.10 1800 283
1047 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 최금진 2001.12.03 1795 207
1046 아직은 꽃 피울 때 - 하정임 2004.08.19 1792 197
1045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 김경주 [1] 2006.08.17 1791 196
1044 첫사랑 - 진은영 [2] 2001.09.11 1790 190
1043 겨울 모스크바 편지 - 김성대 [1] 2011.02.11 1788 128
1042 벽 - 유문호 [1] 2006.04.25 1786 219
1041 가방, 혹은 여자 - 마경덕 [2] 2005.12.10 1785 217
1040 안녕 - 박상순 [4] 2007.06.20 1784 139
1039 이 골목의 저 끝 - 정은기 2009.04.09 1781 123
1038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781 327
1037 어느 날 문득 - 김규린 2001.08.14 1779 232
1036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 문태준 [1] 2005.05.06 1777 221
1035 감나무가 있는 집 - 김창균 [2] 2005.09.28 1775 222
1034 사랑 - 김상미 2003.08.14 1772 161
1033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여림 [1] 2003.11.24 1770 204
1032 흙의 건축 1 - 이향지 2015.05.11 176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