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리메이크하다』 / 문세정 (2005년 『시인세계』로 등단) / 《문학세계사》 시인선 17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깊은 밤
희미하게 드러나는 능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어둠 속에서 보았던 그의 등이 떠오른다
멀리 나미브사막으로부터 몰아온
뜨거운 바람을 한꺼번에 토해낸 뒤
모래구릉처럼 서서히 잦아들던 남자,
밑으로 흘러가는 강물소리 들으며
뿌리에서 길어 올린 물줄기로 등을 식히던
어두운 산맥, 구불구불한
그의 능선도 강 쪽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깜깜한 골짜기에
제 그림자를 세워놓고
[감상]
대륙은 아주 오랫동안 융기하거나 침하하여 천천히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계곡과 분지가 생기고, 지각활동으로 기후도 변화됩니다. 이 시는 이러한 역동성을 남성의 이미지로 재현해 애잔하게 지켜봅니다. 고단한 일을 마치고 귀가한 사내의 넓은 등이 <능선>의 실루엣으로 설핏 보이는 풍경이랄까요. 시간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공간의 인식이 달라집니다. 사내의 저녁이 수십만 년이라는 시간에 이르는 과정이라면, <어두운 산맥>이 비치는 강도 문득 한 순간의 풍경일 뿐입니다. 단아한 서정으로 인해 남자의 고독이 애틋하게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