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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들 - 박주택

2005.06.21 18:17

윤성택 조회 수:1379 추천:236

<주름들> / 박주택/ 《시와사람》2005년 여름호


        주름들

        저 혼자 가는 길에 빛들은
        그림자 곁으로 모이고
        생의 것들이 속인 잠들만이
        자정을 넘는다, 또한 구두 한 켤레로
        남은 사내는 마지막 담뱃불로
        그의 치열함을 지운다, 이것이
        우리를 둘러싼 것이라면
        바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리라
        목구멍으로부터 혹은 폐로부터
        울려 올라오는 잔뿌리들은
        의자며 계단이며 간판을 움켜잡은 채
        저녁에 웅웅거리고 있다
        산 것들만이 죽은 것들이 두려워
        불을 켜는 밤 또 누군가는
        옥상에 올라 아득한 추락의 깊이에
        앙상한 눈을 감는다

[감상]
시어와 시어 사이를 엮는 의미망에서 진중함이 배여 있습니다. 늦은 밤 옥상에 올라 담배를 피는 사내들은 필경 가족이 있는 중년의 <주름들>일 것입니다. <죽은 것들이 두려워/ 불을 켜는> 늙음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폐는, 어느덧 아파트가 되어 <의자며 계단이며 간판을 움켜잡은 채/ 저녁에 웅웅거>립니다. 폐의 신경 같은 잔뿌리들, 그리고 벽의 금들…곳곳에 상상력이 꿈틀거리는군요. 추락을 가늠하는 중년의 <앙상한 눈>에서 각박한 도시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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