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 -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민들레
민들레꽃 진 자리
환한 행성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가벼운 홀씨들이
햇빛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정거장도
아닌 곳에
머물러 있는 행성 하나
마음의 끝에는
돌아오지 않을
행성 하나 있어
뿔뿔이 흩어질
홀씨들의
여려터진 마음이 있어
민들레는 높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감상]
민들레에서 행성을 발견하다니! 놀랄 따름이지요. 그것이 단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같은 의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삶의 이주. 어쩌면 저 광활한 우주의 어느 문명이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UFO요? 물론 저는 믿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93년도부터 한국UFO협회 회원이랍니다. 지구인만 살라고 어마어마한 우주가 생겨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한때 프레아데스 성단의 330살의 "셈야제"를 그리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민들레 홀씨는 바람을 타고 수백km 날아가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가끔 그 민들레 홀씨가 자신의 유전자를 품고 망망한 하늘에 떠 있을 때 심정을 상상하곤 합니다. 어쩌면 이 우리 인간도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서부터 날아온 민들레 홀씨와 같은 존재가 아닌지. 고독한 여행이 가장 매혹적인 것은 이처럼, 우리가 ‘꽃진 자리’의 부재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멀리(어쩌면 죽음까지) 떠나보낸 적 있는 분들에게 生은 진정 아름답다고 민들레가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