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론에서 길을 잃다』/ 김윤배/ 문학과지성사
시간들의 종말
시간들의 늙은 웃음 소리 쌓이는 골짜기에 와 있네
언약의 피멍 흘러온 강물들 조용한 몸짓으로
내 안에 와서 누우며 시간들의 낡은 몸 끌어안네
풀잎 한 잎의 고요한 흔들림 위에 시간들이 얹히고
시간들이 침묵처럼 잠들고 시간들이 저 홀로 깨어
달빛에 몸을 맡길 때 풀잎은 시간들이 쓸쓸해 보였네
쓸쓸한 시간들, 웃음 소리가 시간과 함께 늙어갈 때
시간들은 내 모든 것을 조용하게 만들었네
[감상]
이 시는 관념적인 시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라는 공간을 생생하게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또한 거기에서 화자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서정과 상징이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세월의 연륜이 느껴지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