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파문 - 권혁웅

2001.11.29 13:25

윤성택 조회 수:1251 추천:196

『황금나무 아래에서』/ 권혁웅/ 문학세계사




        파문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가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감상]
권하고 싶은 시집. 파문에 대한 섬세하고도 탁월한 직관력이 좋습니다. 오늘 같이 비 내리는 날, 파문에 주파주를 맞추고 귀를 기울이다보면, 그리운 목소리 들릴 것만 같아서.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51 11월 - 이성복 2001.11.15 1448 212
1050 거미 - 박성우 2001.11.26 1314 209
1049 따뜻한 슬픔 - 홍성란 2001.11.27 1641 190
1048 시간들의 종말 - 김윤배 2001.11.28 1146 202
» 파문 - 권혁웅 2001.11.29 1251 196
1046 정신병원으로부터 온 편지 - 유종인 2001.11.30 1224 201
1045 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 최금진 2001.12.03 1795 207
1044 지하역 - 이기와 2001.12.04 1194 208
1043 빈집 - 박진성 2001.12.05 2285 196
1042 수면의 경계 - 성향숙 2001.12.10 1198 190
1041 조용하고 시끄러운 화단 - 김애란 2001.12.11 1258 186
1040 적멸 - 김명인 2001.12.12 1222 192
1039 너무 아름다운 병 - 함성호 2001.12.19 1634 217
1038 고수부지 - 유현숙 2001.12.20 1487 205
1037 방문객 - 마종기 2001.12.28 1202 199
1036 마른 아구 - 김 경 2002.01.02 1149 213
1035 가문비냉장고 - 김중일 2002.01.08 1142 203
1034 이사 - 원동우 2002.01.10 1197 205
1033 토끼가 달에 간 날 - 윤이나 2002.01.11 1400 211
1032 요약 - 이갑수 2002.01.12 1231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