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 문세정

2008.01.29 17:38

윤성택 조회 수:1328 추천:146

『예수를 리메이크하다』 / 문세정 (2005년 『시인세계』로 등단) / 《문학세계사》 시인선 17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깊은 밤
        희미하게 드러나는 능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어둠 속에서 보았던 그의 등이 떠오른다
        멀리 나미브사막으로부터 몰아온
        뜨거운 바람을 한꺼번에 토해낸 뒤
        모래구릉처럼 서서히 잦아들던 남자,
        밑으로 흘러가는 강물소리 들으며
        뿌리에서 길어 올린 물줄기로 등을 식히던
        어두운 산맥, 구불구불한
        그의 능선도 강 쪽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깜깜한 골짜기에
        제 그림자를 세워놓고


[감상]
대륙은 아주 오랫동안 융기하거나 침하하여 천천히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계곡과 분지가 생기고, 지각활동으로 기후도 변화됩니다. 이 시는 이러한 역동성을 남성의 이미지로 재현해 애잔하게 지켜봅니다. 고단한 일을 마치고 귀가한 사내의 넓은 등이 <능선>의 실루엣으로 설핏 보이는 풍경이랄까요. 시간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공간의 인식이 달라집니다. 사내의 저녁이 수십만 년이라는 시간에 이르는 과정이라면, <어두운 산맥>이 비치는 강도 문득 한 순간의 풍경일 뿐입니다. 단아한 서정으로 인해 남자의 고독이 애틋하게 끌립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51 헛새들 - 이사라 2008.03.14 1296 132
1050 단단해지는 법 - 윤석정 2010.01.04 1251 132
1049 왕버들 상회 - 이영옥 2008.01.16 1212 133
1048 가랑잎 다방 - 황학주 2009.11.11 1031 133
1047 음악 - 강성은 2010.01.07 1171 133
1046 피할 수 없는 길 - 심보선 [1] 2011.02.14 1756 134
1045 회전목마 - 이경임 2007.11.27 1494 135
1044 넘버나인에서의 하룻밤 - 심재휘 2007.11.26 1149 136
1043 귀명창 - 장석주 2008.01.25 1123 136
1042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 손택수 2008.03.04 1541 136
1041 뱀파이어와 봄을 - 김효선 [2] 2008.03.18 1454 136
1040 하늘 위에 떠 있는 DJ에게 - 이영주 2011.03.03 1352 137
1039 어도 여자 - 김윤배 2007.06.07 1083 138
1038 가을비 - 신용목 [1] 2007.08.11 1959 138
1037 2010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10.01.05 1349 138
1036 안녕 - 박상순 [4] 2007.06.20 1784 139
1035 2008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5] 2008.01.09 1917 139
1034 흩어진다 - 조현석 2009.11.10 928 139
1033 벽 - 심인숙 2011.04.14 2146 139
1032 사하라의 연인 - 김추인 2011.02.16 1222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