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네온사인 - 송승환

2007.08.07 17:47

윤성택 조회 수:2063 추천:126

『드라이아이스』 / 송승환 (2003년 『문학동네』로 등단) / 《문학동네》 (2007) 


  네온사인

  저무는 태양이 차례로 회전문 통과한 사람들 그림자를 붉은
담장에 드리운다  갓 돋아난 초록 이파리 검게 물들어간다 곧
장 침대로 가기 꺼려하는 여인은  포도주의 밤을 오랫동안 마
신다 공장 폐수를 따라 하얗고 둥근 달은 강으로 흐른다 언제
나 우리들은 그 가늘고 긴 새벽의 유리관 전극 속으로 사그라
진 물의 文字 아래로 걸어간다


[감상]
긴 유리관에 전극을 설치하고 네온이나 아르곤 등의 가스로 여러 빛을 내도록 하는 장치가 네온사인이지요. 이 시는 이러한 원리 속에서 현실을 발견하고 또 그것을 재해석하는 직관이 있습니다. <그 가늘고 긴 새벽의 유리관>처럼 새벽 자체를 하나의 관(管)으로 보는 시선이나, <포도주의 밤>이 곧바로 공장 폐수로 호환하는 맥락은 대상의 전복을 통한 새로운 의미 확장입니다. 이처럼 이 시집에는 도시화되고 문명화된 시대의 부산물들이 제목으로 다수 등장합니다. 시멘트, 드라이버, 휘발유, 스티로폼, 라이터… 이들 소재에서 뽑아내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현실에 대한 성찰과 세계 형성의 과정을 하나로 일치시키려는 시인의 의욕 (정과리 평론가)>이겠지요. 그동안 문학동네 시집이 양장본이었는데 심플하게 바뀌었군요. 요즘은 손아귀로 탄력 있게 오므려 펼 수 있는 시집이 왠지 편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31 정지한 낮 - 박상수 2006.04.05 1763 238
1030 가을이 주머니에서 - 박유라 [1] 2005.11.25 1763 218
1029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2001.08.13 1762 235
1028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1] 2001.04.28 1758 321
1027 소나기 - 전남진 2002.05.16 1757 188
1026 아카시아 - 박순희 2001.06.14 1757 313
1025 트렁크 - 김언희 2001.04.11 1757 332
1024 피할 수 없는 길 - 심보선 [1] 2011.02.14 1756 134
1023 혀 - 장옥관 2010.02.12 1756 147
1022 빨간 모자를 쓴 사내 - 문신 [1] 2005.10.28 1756 207
1021 문 열어주는 사람 - 유홍준 [1] 2005.04.25 1756 186
1020 육교 - 최을원 [4] 2004.02.28 1756 193
1019 삼십 대의 병력 - 이기선 [2] 2004.09.01 1753 182
1018 내가 내 안의 나인가 - 김정숙 [10] 2004.04.02 1750 200
1017 나귀처럼 - 김충규 2006.07.13 1749 236
1016 겨울나무 - 이기선 [1] 2008.09.11 1739 100
1015 기도와 마음 - 이지엽 2008.03.24 1738 157
1014 장미 - 박설희 2009.03.09 1737 98
1013 이 밤이 새도록 박쥐 - 이윤설 2006.12.20 1736 233
1012 희망에 부딪혀 죽다 - 길상호 2004.06.04 1735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