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에게 새벽을 묻는다/ 심재휘/ 2002년 현대시 동인상 수상
소쩍새에게 새벽을 묻는다
모든 나무가 세월을 짐 지고 있으니
새들은 어느 가지에서 울어야 하는가
초승처럼 휜 저녁의 가지에서 새들도
새벽에는 그믐의 가지로 건너갈 터인데
시간의 정처 없는 저 가벼운 몸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잠에서 깨어나
늪 속의 나무처럼 서러운 나이테를 세다가
나는 새벽에 이렇게 들었다
헛똑또옥 헛똑또옥
무엇에다 대고 쐐기를 박는 소리인가
未明의 소쩍새 우는 소리
날 밝으면 나는 오늘도
졸업장을 받으러 문을 나설 테지만
결국 이 밤의 집도 길이었다고 말할 테지만
아직 배우지 못한 이 절반의 어둠
어떤 표정으로도 지을 수가 없구나
생이란 그저 깊어가거나 낡아갈 뿐이라고
어둠과 밝음은 서로 다르지가 않다고
신문 넣는 새파란 소리 버스 지나가는 저 먼 소리
단단한데도 만질 수가 없구나
때론 햇살 속에 비가 오고 어딘가에선
죽은 나무에 날리는 버섯의 향기 그윽할 텐데
사는 동안은 정확히 말할 수가 없는 것일까
어둡고도 밝은 이것을 몰라
소쩍새에게 새벽을 묻는다
[감상]
生에 대한 궁금증, 살아가면서 풀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문득 새벽 이 시와 같은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어떤 미래도 정해진 것은 없고, 삶은 그 미진한 열을 감지할 뿐입니다. 이 시는 그런 답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네요. 나는 누구에게 물어봐야할까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