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넝쿨장미 - 신수현

2001.04.07 10:56

윤성택 조회 수:2043 추천:332

1999년 월간<현대시학>등단
2000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 당선




넝쿨장미



배가 고파
네가 준 방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식지 않은 향기가 뚝뚝 넘쳐 나지만
너를 송두리째 틀어쥐고 싶어
자꾸만 배가 고파
나는 뻗어가
손톱이 겁도 없이 마구 돋아
너는 내 몸을 꽃피우고 다시
잎 지우고
나는 벌써 몇 생이 헛손질이었어
아직 가시 남았을 때
뿌리 거두어 줘
손톱 자르고 싶어
속속들이 열어봐야 직성이 풀릴거라구
무엇이던 밀어내고 말거라구
네 안 방방곡곡 그래 만발하고 싶어
내겐 낯선 어둠 같은 것
먹히고 싶어


[감상]
첫 문장부터 욕구에 대한 '싶다'투가 인상적입니다. 아무래도 시가 욕망의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더더욱 그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장미넝쿨이 뻗어 가는 것을 '나는 벌써 몇 생이 헛손질이었어'라고 내다보는 시선도 참신한 발상으로 보이는군요. 먹히고 싶다, 이 얼마나 발칙한 아름다움입니까.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91 마블링 - 권오영 2020.04.23 356 0
1190 조난 - 윤의섭 2011.01.05 693 75
1189 얼음 이파리 - 손택수 2011.01.01 696 61
1188 가방 - 유미애 2011.01.04 711 80
1187 강변 여인숙 2 - 권혁웅 2011.01.06 727 72
1186 와이셔츠 - 손순미 2011.01.10 751 69
1185 근황 - 정병근 2010.12.31 755 81
1184 그믐 - 김왕노 2011.01.13 782 75
1183 바다의 등 - 차주일 2011.01.11 806 67
1182 부레 - 박현솔 2011.01.29 815 108
1181 단봉낙타의 사랑 3 - 박완호 2003.04.17 846 163
1180 자전거 보관소를 지나며 - 문정영 2003.01.03 854 172
1179 추상 - 한석호 2009.11.21 855 119
1178 뚜껑이 덮인 우물 - 이향지 2003.01.06 872 195
1177 공중의 유목 - 권영준 [1] 2003.02.04 888 160
1176 뿔에 대한 우울 - 김수우 2002.12.24 894 161
1175 불우를 씻다 - 유정이 2011.01.27 895 112
1174 암각화 - 오탁번 2003.04.01 902 165
1173 나무 안에 누가 있다 - 양해기 2009.11.18 905 121
1172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