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장화홍련 - 최두석

2001.04.30 11:03

윤성택 조회 수:1499 추천:319

대꽃/ 최두석/ 문학과지성사


          장화홍련
                             

          눈동자 속에 가득한 꽃
          그 중 장화홍련薔花紅蓮을 읽는다

          부러진 가로수 가지에서 안개가 피어나고 무진의 거리를
        장화가 걷는다. 몇 군데 가게를 들러 미래의 아기옷을 사들
        고 문을 여는 순간 비칠 쓰러졌다. 홍련은 마구 뛰었다. 어
        느 낯선 민가의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기다리던 장쇠는 이
        미 칼을 거두었다. 안개가 덮여 왔다. 자욱히 숨막히게 그녀
        의 치마가 바람에 날려다녔다.

          교회의 쓰레기 처리장에서는
          장미가, 연못에서는
          연꽃이 썩는다
          내 눈동자도 썩어들어간다




[감상]
독특한 '이야기 시'의 입지를 갖춰 고대소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시입니다. 원래 '장화홍련전'의 줄거리를 생각해보면 장화는 부정한 씨를 잉태했다가 낙태한 누명을 쓰고 장쇠에 의해 연못에 빠져죽으며, 홍련은 장화의 원혼의 울음을 듣고 역시 그 연못에서 자살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죽음이라는 직접적인 묘사는 피하고 상상으로 연결시킵니다. 그 여백은 결국 읽는 이의 상상이 채워짐으로서,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91 마블링 - 권오영 2020.04.23 356 0
1190 조난 - 윤의섭 2011.01.05 693 75
1189 얼음 이파리 - 손택수 2011.01.01 697 61
1188 가방 - 유미애 2011.01.04 711 80
1187 강변 여인숙 2 - 권혁웅 2011.01.06 727 72
1186 와이셔츠 - 손순미 2011.01.10 751 69
1185 근황 - 정병근 2010.12.31 755 81
1184 그믐 - 김왕노 2011.01.13 782 75
1183 바다의 등 - 차주일 2011.01.11 806 67
1182 부레 - 박현솔 2011.01.29 815 108
1181 단봉낙타의 사랑 3 - 박완호 2003.04.17 846 163
1180 자전거 보관소를 지나며 - 문정영 2003.01.03 854 172
1179 추상 - 한석호 2009.11.21 855 119
1178 뚜껑이 덮인 우물 - 이향지 2003.01.06 872 195
1177 공중의 유목 - 권영준 [1] 2003.02.04 888 160
1176 뿔에 대한 우울 - 김수우 2002.12.24 894 161
1175 불우를 씻다 - 유정이 2011.01.27 895 112
1174 암각화 - 오탁번 2003.04.01 902 165
1173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
1172 나무 안에 누가 있다 - 양해기 2009.11.18 906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