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심재휘 / 《문학세계사》 2002
봄날
새들이 깃털 속의 바람을 풀어내면
먼바다에서는 배들이 풍랑에 길을 잃고는 하였다
오전 11시의 봄날이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는 것은
저 작은 새들이 바람을 품으며 날기 때문인 걸
적막한 개나리 꽃 그늘이 말해줘서 알았다
이런 때에 나는 상오의 낮달보다도 스스로
민들레인 그 꽃보다도 못하였다
나를 등지고 앉은 그 풍경에
한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는 바보 같았다
[감상]
시인의 상상력은 새의 날개짓에서 먼바다의 풍랑을 보게 하고, 무사한 봄날을 새들이 품은 바람때문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어리석고 멍청하여서 이 봄날이 대책 없습니다. 적당한 소외의 자리에 화자를 위치시킴으로서 자기성찰의 어조가 형성된 듯 싶습니다. 이제 곧 개나리가 피게되면 그에게 물어볼 말을 생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