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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대중사우나 - 전윤호

2002.12.10 14:01

윤성택 조회 수:950 추천:191

『순수의 시대』/ 전윤호 / 하문사 (2002년 제7회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황실대중사우나


        상심한 자들은 새벽 다섯 시에 목욕탕으로 모인다
        비단구렁이가 허물을 벗듯
        온몸에 선명한 상처
        밤새 이별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증막에서 이 악물고 견디다
        샤워기 밑에서 눈물 흘린다
        양치질하다가 구역질하는 자도 있다
        축 늘어진 성기를 드러내고
        발톱을 깎는 외로움
        수건 한 장 걸치고 잠이 들리라
        햇볕이 들지 않는 수면실에서
        부활을 믿는 파라오처럼
        새벽 다섯 시 목욕탕에선
        어떤 절망도 어렵지 않다


[감상]
아이러니하게도 '황실'에서 보게 되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이별과 이별, 어쩌면 그 사이를 헤어나와 새벽 다섯 시 그곳에 모였는지도 모릅니다. 현대인의 쓸쓸한 정조와 함께 숙취 후 밀려오는 나른함, 그리고 절망을 겯뎌내는 生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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