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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 정양

2006.03.02 17:42

윤성택 조회 수:2542 추천:287

<이별> / 정 양/  《현대문학》 2006년 3월호


        이별

        길가에 너를 내려놓고
        남은 말들이 신호등에 걸려 머뭇거린다
        뒷거울 속 네 발길 밑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고 적혀 있다

        뒷거울 속은 멀어도 가깝고
        뒤에 있는 것들은 가까워도 멀다
        돌아보지 말자고 우리는
        서로 뒤에 있는데
        맘 놓고 돌아보라고
        신호등에 걸린 세월도
        저만큼씩 뒤에 있구나

        멀리 보이는 슬픔보다
        참아버린 말들이 가깝다
        가까워도 멀리 보이는
        뒷거울 속 네 뒷모습


[감상]
운전하면서 수없이 보았던 백미러, 그곳에 적혀 있는 글씨가 이제야 생각납니다. <멀리 보이는 슬픔>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현실에서 비춰지는 정서가 잔잔하게 와닿습니다. 이 시에서의 <거울>은 대상을 비춰내는 역할뿐만 아니라, 관조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현실을 투영해냅니다.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싶을, 그 거리에 우리의 뒷모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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