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혀 - 장옥관

2010.02.12 17:01

윤성택 조회 수:1758 추천:147

  <혀>/  장옥관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 《제9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동학사) 中

          

        혀와 혀가 얽힌다
        혀와 혀를 비집고 말들이 수줍게
        삐져나온다
        접시 위 한 점 두 점 혀가 사라질수록
        말이 점점 뜨거워진다
        말들이 휘발되어 공중에 돌아다닌다
        장대비가 되어 쏟아진다
        그렇게 많은 말들이 갇혀 있을 줄 몰랐던
        혀가 놀라며 혀를 씹으며
        솟구치는 말들을 애써 틀어막으며
        그래도 기어코 나오려는
        말을 비틀어 쏟아 낸다
        혀가 가둬 놓았던 말들이 저수지에 갇혀 있던
        말들이 치밀어 올라
        방류된다 평생 되새김질만 하던 혀는
        갇혀 있던 말들을 초원에
        풀어 놓는다

  
[감상]
우리의 생활은 말을 통해 소통이 이뤄집니다. 어떤 느낌 어떤 기분에 의해 상대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왜곡될 수도 있겠지요. 이 시는 이러한 말의 근원이 되는 ‘혀’의 비유가 유장하게 이어집니다. ‘혀와 혀가 얽힌다’는 건 소통의 연결고리를 잇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내가 내뱉었던 수많은 약속들, 다짐들은 지금 어디쯤 가서 나를 돌아보고 있을까. 생각하다보면 말(言)과 말(馬)이라는 의미의 중첩에 이르기도 합니다. 말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망을 엿볼 수 있는 시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71 문 열어주는 사람 - 유홍준 [1] 2005.04.25 1756 186
170 빨간 모자를 쓴 사내 - 문신 [1] 2005.10.28 1756 207
169 아카시아 - 박순희 2001.06.14 1757 313
168 소나기 - 전남진 2002.05.16 1757 188
167 피할 수 없는 길 - 심보선 [1] 2011.02.14 1757 134
166 트렁크 - 김언희 2001.04.11 1758 332
» 혀 - 장옥관 2010.02.12 1758 147
164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1] 2001.04.28 1759 321
163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2001.08.13 1762 235
162 가을이 주머니에서 - 박유라 [1] 2005.11.25 1763 218
161 정지한 낮 - 박상수 2006.04.05 1763 238
160 흙의 건축 1 - 이향지 2015.05.11 1768 0
159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 여림 [1] 2003.11.24 1771 204
158 사랑 - 김상미 2003.08.14 1773 161
157 감나무가 있는 집 - 김창균 [2] 2005.09.28 1775 222
156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 문태준 [1] 2005.05.06 1778 221
155 어느 날 문득 - 김규린 2001.08.14 1779 232
154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781 327
153 이 골목의 저 끝 - 정은기 2009.04.09 1782 123
152 안녕 - 박상순 [4] 2007.06.20 1784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