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꽃의 흐느낌 - 김충규

2005.06.09 11:11

윤성택 조회 수:1895 추천:204

<꽃의 흐느낌> / 김충규/ 《시선》2005년 여름호


        꽃의 흐느낌

        꽃의 흐느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밤,
        그 흐느낌은 화려한 향기를 며칠동안 내뿜은
        뒤에 오는 격렬한 후유증인 것
        꽃은 지금 제 종말을 나에게 타전하고 있는 것
        내일 아침 눈뜨면 가장 먼저 죽은 꽃에게 문상을 가리라
        검은 하늘이 제 욱신거리는 통증 자리에
        달 파스를 발라놓고 뒤척이는 밤,
        가늘게 흐느끼며 죽어가는 꽃을 위해
        내가 준비한 위로는 아무것도 없다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겨
        이미 덤으로 살고 있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다만 꽃의 흐느낌이 내 몸에 고스란히
        떨림으로 다가와 잠 못 들고 있는 것일 뿐

[감상]
없다, 아니다 해도 꽃의 흐느낌을 듣는 시인은 꽃에게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로의 대상을 부정함으로써 감상적 주관을 분리하고, 그 안에서 대상과 화자와의 거리를 이해하면서 더욱 감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철 따라 피는 꽃에게도 인격과 의미를 부여하는 섬세한 감성도 감성이지만, <달 파스>로 표현하는 <통증>의 탁월한 비유도 신선합니다. 실지로 붉은 각혈을 겪으며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시인에게, 각혈하듯 색으로 피는 <꽃>의 상징은 삶의 애잔함이자 연민의 대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1 목도리 - 박성우 [1] 2006.03.23 1894 243
» 꽃의 흐느낌 - 김충규 2005.06.09 1895 204
109 저녁에 이야기하는 것들 - 고영민 [2] 2008.06.17 1897 143
108 푸른 밤 - 나희덕 [1] 2001.07.27 1900 268
107 틈 - 신용목 2005.08.02 1902 230
106 그리운 이름 - 배홍배 [1] 2005.07.08 1907 203
105 2009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09.01.10 1907 126
104 당신이라는 이유 - 김태형 2011.02.28 1908 126
103 거의 모든것에 관한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 김경주 [2] 2004.07.28 1913 174
102 2008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5] 2008.01.09 1917 139
101 낡은 침대 - 박해람 [2] 2006.07.22 1918 219
100 밤비 - 한용국 2006.08.22 1918 205
99 모자 - 고경숙 2005.08.10 1923 208
98 취미생활 - 김원경 [1] 2006.03.24 1928 247
97 그 거리 - 이승원 2006.01.12 1938 235
96 구부러진 길 저쪽 - 배용제 [1] 2001.04.06 1939 296
95 누가 사는 것일까 - 김경미 2005.08.16 1953 203
94 이별 - 안성호 [2] 2006.10.23 1959 224
93 가을비 - 신용목 [1] 2007.08.11 1959 138
92 미치겠네 - 함성호 [2] 2005.07.26 1961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