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무너진 다리 - 송재학

2003.01.02 14:23

윤성택 조회 수:950 추천:170

무너진 다리 / 송재학 / 『문학사상』2003년 1월호



        무너진 다리


        한번도 구부리지 못한 등이 아팠기에,
        구부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먼저였지만
        다리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네
        강물이 지느러미뿐일 때가 가장 싫다는
        저 교각류(橋脚類)의 신음소리는 길고 무겁다
        떠밀려온 쓰레기들이
        물의 힘줄과 엉키면서 몸에 감긴 여름 내내
        소리소리 지른 것은 자신이 아니었음을
        기억하는 다리,
        그때도 강은 다리쯤이야 금방 부수겠다는 듯이
        품앗이꾼 흙탕물을 앞세웠다네
        이상하지, 균열이란 내부의 논리라는 데 동의하고
        제 몸을 소등(消燈)하면서 생긴 커다란 구멍을 재빨리 메꾼
        매서운 바람, 또 그 일가(一家)가 되고만
        자신의 사라져가는 생에 대해
        다리는 고개를 끄덕인다네


[감상]
* 송재학 시인의 '시작메모'로 대신합니다.
「지난 여름 태풍 때 고향마을 잠수교에 가까운 콘크리트 다리는 결국 이번 겨울을 나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 다리는 이름도 없고 볼품도 엇이 그냥 길쭉하기만 했다. 게다가 난간조차 없었다. 무너진 다리를 내 카메라로 찍었다. 필름을 열 통이나 구겼지만 한 장도 제대로 건진 건 없었다. 하지만 흑백필름이었기에 낡고 무너진 다리를 '쓸쓸하다는' 시선에서 볼 수 있게 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51 내 가슴의 무늬 - 박후기 2004.07.16 2160 223
50 날아라 풍선 - 마경덕 2005.07.30 2169 264
49 날아가세요 - 허연 2001.04.12 2172 327
48 달의 눈물 - 함민복 [1] 2004.08.24 2187 220
47 흐린 하늘 - 나금숙 [2] 2005.10.27 2208 243
46 푸른 방 - 문성해 2005.10.01 2209 226
45 간이역 - 김선우 [2] 2001.04.17 2218 324
44 맑은 날 - 김선우 2001.04.18 2227 284
43 밤의 산책 - 최승호 2006.02.28 2229 243
42 파도 - 김영산 2005.09.01 2240 255
41 흔적 - 배영옥 [2] 2005.11.16 2277 250
40 연애 - 안도현 2001.04.20 2280 282
39 빈집 - 박진성 2001.12.05 2285 196
38 사랑이 나가다 - 이문재 2006.06.30 2289 215
37 2005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8] 2005.01.03 2300 229
36 민들레 - 김상미 [4] 2005.04.26 2314 217
35 오래된 마루는 나이테가 없다 - 차주일 [1] 2005.09.29 2314 254
34 봄의 퍼즐 - 한혜영 [2] 2001.04.03 2355 313
33 사랑 - 고영 [5] 2005.03.08 2366 219
32 가로등 - 한혜영 [1] 2006.03.27 2384 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