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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서영처

2006.01.14 10:41

윤성택 조회 수:3275 추천:276

<봄비>/ 서영처/ 2003년 《문학판》으로 등단  


        봄비

        건, 감, 이, 곤으로 내린다

        몸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들이
        노끈으로 화신해 나를 묶는다
        非, 非, 非, 非,
        레일 위로 드러눕는다 아니라 아니라고
        기억 저편으로 휘어진다
        영사기 되감는 소리

        화면 가득
        낡은 필름의 긁힌 자국들


[감상]
짧지만 명징한 이미지와 시각적 효과까지 두루 갖춘 재미있는 시입니다. <건, 감, 이, 곤>은  건곤감리(乾坤坎離), 즉 하늘 땅 물 불을 뜻하는데 아마도 슬쩍 위치를 바꿈으로서 어감과 의미를 재배치한 것 같습니다.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비(非)>의 쓰임입니다. 이 연속적으로 나열한 한자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마치 영화 필름을 칸칸이 나눠놓은 프레임 같은 형상으로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 비의 형상이 릴에 감겨 추억이 상영됩니다. 그러면 오래된 영화에 보이는 흠집으로 생긴 긁힌 자국처럼 봄비가 내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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