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흐린 하늘 - 나금숙

2005.10.27 15:35

윤성택 조회 수:2208 추천:243

〈흐린 하늘〉/ 나금숙/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흐린 하늘

        흐린 하늘은
        많은 씨방을 가졌다
        물알갱이로 된 씨방들은
        가끔 제 부피를 견디지 못한다
        기류가 일렁일 때
        얇아질대로 얇아진 껍질이
        터지곤 한다
        산화하는 물방울들
        물의 씨앗들
        텀벙
        물상 안으로 튀며 뛰어든다
        사물들은 가슴께가 간지럽다
        윤곽들 흐려지며
        경계가 무너진다
        흐린 하늘이 스며
        사물들 모두 물의 씨앗을 갖는다


[감상]
'물의 씨앗'이라는 강렬한 상징이 이 시의 착상입니다. 이런 비유로 인해 상상력의 폭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비 오는 날 구름의 형상과 작용이 '씨방'이 되고, '빗방울'은 씨앗의 형세로 끝없이 변주됩니다. '씨방'과 '씨앗'의 순환을 통해, 자연에 대한 생명 인식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71 비 오는 날 사당동에서 총알택시를 타다 - 정 겸 2003.11.03 1044 167
1070 드라큘라 - 권혁웅 2004.01.08 1044 187
1069 수사 밖엔 수사가 있다 - 최치언 2002.05.20 1046 209
1068 소각장 근처 - 장성혜 2009.03.18 1047 110
1067 산딸나무 - 고현정 2003.04.28 1048 167
1066 가스통이 사는 동네 - 안성호 2004.01.02 1048 187
1065 술병 빗돌 - 이면우 [1] 2003.03.18 1049 176
1064 꽃 속의 음표 - 배한봉 2003.04.23 1049 187
1063 막돌, 허튼 층 - 이운룡 2004.12.07 1049 202
1062 알쏭달쏭한 소녀백과사전 / 흰벽 - 이기인 [2] 2003.08.29 1052 176
1061 석양리 - 최갑수 2002.05.23 1053 182
1060 밤이면 저승의 문이 열린다 - 김충규 2003.07.05 1053 186
1059 마당의 플라타너스가 이순을 맞은 이종욱에게 - 이종욱 2005.03.21 1054 186
1058 거리에서 - 유문호 2002.12.31 1055 178
1057 때늦은 점심 - 이지현 [1] 2003.04.02 1055 158
1056 포도를 임신한 여자 - 장인수 2003.08.12 1055 180
1055 댄스 파티 - 이정주 [1] 2004.06.16 1055 171
1054 2011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11.01.04 1056 71
1053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 한혜영 2002.07.12 1058 176
1052 활엽수림 영화관 - 문성해 2003.04.08 1059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