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쓸쓸한 날에』 / 강윤후 / 문학과지성사
쓸쓸한 날에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 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하는 것 같기에
[감상]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이 말로 인하여 詩가 이어져 나옵니다. 헤어져서 이제는 남남으로 살고 있을 사람. 그 사람 또한 가슴에 어떤 문양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까. 영화 "러브레터"에서처럼 "오겡끼데쓰까?"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 시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하는 것 같기에"라는 메아리 같은 결미부분에 이르러도 잔잔한 울림이 넘어옵니다. 그대, 잘 지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