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 송기흥/ 2001년 《시안》으로 등단
나방
스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몸을 뒤틀며 쓰러지셨다
입적이라도 하셨는가, 들여다보니
온몸을 떨고 있다
가을볕 부신 툇마루에 잿빛 무늬
가사(袈裟)의 물결이 아른거린다
생이, 이처럼 떨리는 그 무엇이었다는 건지
생을, 이처럼 진저리치며 살아야 한다는 건지
오래 떠돌다 돌아온 구도자의 심중이
장삼자락 안에서 떨고 있다
다음 생으로 건너가기 직전이다
[감상]
<스님>을 <나방>으로 비유하는 상상력에서 생에 대한 암시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죽음을 앞둔 나방의 형세를 <가사>와 <장삼>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것이나, 불교적 장식이 있다 해도 거슬리지 않는 정서의 주조도 깊이를 더합니다. <생을, 이처럼 진저리치며 살아야 한다>라는 직관을 일궈내기까지의 경건한 시선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삶과 죽음이 서로 건너갔다 건너오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