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2> / 정병근/ ≪현대시≫2004년 12월호
고려장 2
모서리가 헤진 침대 매트리스 하나
골목 담벼락에 세워진 채 버려져 있다
몹시 머물렀던 부위를 따라
화농 자국 같은 얼룩이 번져 있다
저걸 버린 자는 누구일까
습기찬 방에 누워 있는 어머니,
당신은 이제 너무 낡았어요
젊은 무게를 받아내느라 허리가 부러지고
뱃가죽이 축 늘어진 어머니
어둠 속에서 누가 어머니를 져다 버린다
개 두 마리 흘레붙고 있는 한 낮의 골목,
“여보시오 나 좀 데려가 주시오”
자식의 얼굴조차 잊어버린
낯선 어머니가 나를 부른다
부끄러워 얼른 골목을 빠져나온다
[감상]
‘어머니’라는 존재를 ‘낡은 매트리스’로 환치 시키는 수사가 돋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는 우리를 견뎌왔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안락하고 편안했던 매트리트의 시절은 우리의 ‘청춘’이겠지요. 그렇게 우리를 보살펴온 매트리스가 이제 삐걱거리고 때에 절어 길 밖에 나와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시인이 느끼는 ‘부끄러움’을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전이시키는 방식이 진솔하게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