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는 것일까> / 김경미 /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누가 사는 것일까
1.
약속시간 삼십 분을 지나서 연락된 모두가 모였다
우리는 국화꽃잎처럼 둥그렇게 둘러앉아서 웃었다
불참한 이도, 더 와야 할 이도 없었다
식사와 담소가 달그락대고 마음들 더욱 당겨 앉는데
문득 고개가 들린다 아무래도 누가 안 온 것 같다
잠깐씩 말 끊길 때마다 꼭 와야 할 사람 안 온 듯
출입문을 본다 나만이 아니다 다들 한 번씩 아무래도
누가 덜 온 것 같아 다 모인 친형제들 같은 데 왜
자꾸 누군가가 빠진 것 같지? 한 번씩들 말하며
두 시간쯤 지났다 여전히 제비꽃들처럼 즐거운데
웃다가 또 문득 입들을 다문다 아무래도 누가 먼저
일어나 간 것 같아 꼭 있어야 할 누가 서운케도 먼저
가버려 맥이 조금씩 빠지는 것 같아 자꾸 둘러본다
2
누굴까 누가 사는 것일까 늘 안 오고 있다가 먼저 간
빈자리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저 기척은 기척뿐
아무리 해도 볼 수 없는 그들에겐 또 기척뿐일까 우리도
생은 그렇게 접시의 빠진 이 아무리 다 모여도
상실의 기척 더 큰 생은
[감상]
동창회에 나가 한번쯤 겪었을 상황이 묘사되면서, 그 이면 속 <부재>에 대한 묘한 끌림이 있는 시입니다. <제비꽃들처럼 즐거운>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문득, 친구 하나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발상은 부재하면서 현존하는 그 어떤 상실감으로 읽힙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혹시 친구가 더 있지는 않았을까. 기억에서 영영 잊혀 졌으나 귀신처럼 뒤돌아보게 하는 친구가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부대끼고 사는 이 시공간 한쪽에서 <아무리 해도 볼 수 없는 그들>이 살아가고 있고, 또 그들에게 우리는 <기척>의 존재로 인식되어 살아가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