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문정희/ 2004년《정지용문학상》수상작
돌아가는 길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감상]
<돌아간다는 것>의 사유에서 울림이 전해오는 시입니다. <석불>이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는 이 정신적 경지가 그것입니다. 진정한 <완성>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인간적 집착과 욕망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불교적 상상력은 그 안에 특유의 서정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만물이 상호 연관되어 있고, 자연과 감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흐트러짐 없는 단호한 직관에 부질없던 것들이 죄다 두 손을 푸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