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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 문정희

2005.11.09 10:04

윤성택 조회 수:1990 추천:208

〈돌아가는 길〉/ 문정희/ 2004년《정지용문학상》수상작


        돌아가는 길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감상]
<돌아간다는 것>의 사유에서 울림이 전해오는 시입니다. <석불>이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는 이 정신적 경지가 그것입니다. 진정한 <완성>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인간적 집착과 욕망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불교적 상상력은 그 안에 특유의 서정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만물이 상호 연관되어 있고, 자연과 감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흐트러짐 없는 단호한 직관에 부질없던 것들이 죄다 두 손을 푸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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