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붕어가 헤엄치는 골목」/ 김윤희/ 포엠Q『2003 사이버신춘문예』당선작
참붕어가 헤엄치는 골목
붉은 지느러미처럼 천막이 펄럭이는 리어카에서
노글노글한 반죽 치대는 부부
싱싱한 붕어를 물어 올리고 있다
뱃속 가득, 통통하게 팥알 밴 것들
건져내기 무섭게 봉투에 담긴다
비스듬한 둔덕에서도 참붕어는
오촉 백열등을 집어등 삼아 우우 몰리고 있다
은근히 구워진 틀을 지나
발깍거리는 어망을 닫고서야
불의 물살이 원반처럼 돌아간다
서로 곁고 눌려 훈훈한 입김 뻐금대고
녹진한 열기로 몸을 덥힌다
새까만 빵틀 속 붕어가
겨울 밤 서서히 익어갈 때
불빛에 홀려 건져 올려지는 것들,
골목에 한 봉지씩 따뜻한 물길이 튼다
가끔식 손을 비비다가 서로의 손을 맞잡는
붕어빵 부부 손마디마다 입질로 달궈진 손끝이 빨갛다
고른 철망에 받쳐져 몸을 뒤척이는 참붕어,
골목으로 헤엄치기 위해 겨우내 산란중이다
[감상]
한겨울, 붕어빵을 파는 부부의 이야기는 우리가 보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그 골목을 과감하게 물 속 풍경으로 치환시키는 남다른 상상력에 있습니다. 이처럼 시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을 넘어 예민한 감수성과 생생한 상상력, 그것에다가 삶을 꿰뚫는 통찰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가 바로 '참붕어가 헤엄치는 골목'인 것입니다. 참신하고 참 따뜻한 시를 다시금 읽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