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 / 박강우 / 《현대시학》 2004년 4월호
공중부양
땅바닥에 그들이 일제히 엎드린다
엎드린 그들의 등을 밟으려 하는 나의 발이 자꾸만 미끄러진다
그들이 입을 크게 벌려 서로의 머리통을 삼킨다
그들이 한 몸이 되어 입이 점점 커진다
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팔을 들어올린다
도망치려는 나의 허리를 감아온다
엄청나게 커진 입을 벌려 나를 통째로 삼킨다
전원스위치를 올린다
그들의 배속에서 나의 머리통이 떠다닌다
그들이 나의 머리통을 둘러싸고 일제히 엎드려
그들의 머리통을 나의 입안에 들이민다
그들의 등을 밟고 내려서려는 나의 발이 자꾸만 미끄러진다
[감상]
집단 최면 같은 것, 광신이 가져다주는 감전. 이 시는 그런 믿음이 빚어내는 이미지를 '입'을 통한 섬뜩한 자기복제로 보여줍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화자인 '나'는 떠밀려 만들어진 교주가 되는 셈입니다. 공중부양이란 말 그대로 몸을 허공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 불가능한 상황을 '입' 즉 화술로 전파되는 집단광기로 직관화 시킨 점이 뛰어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