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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리 - 최갑수

2002.05.23 18:41

윤성택 조회 수:1053 추천:182

『단 한 번의 사랑』 / 최갑수/ 문학동네





        석양리(石陽里)


            
        비빌 데 없는
        내 젊은 날의 구름들을 불러다
        왁자지껄 모래밭에 앉히고
        하늘 한켠에서
        일박이일(一泊二日)로 민막하는 초저녁 달에게
        근대화슈퍼 가는귀먹은 할머니한테 가서
        진로소주 몇 병 받아오게 하고
        깍두기도 한 종지 얻어오게 하고
        그런 날 저녁
        외롭고 가난한 나의 어느 날 저녁
        남해 한 귀퉁이 섬마을에서
        바람이 나를 데리러 왔다가는
        해당화가 피었대,
        엽서만 전해 주고 그냥 돌아간 후
        마을회관 옥상에 놓인 풍향계는
        격렬하게 어스름 쪽을 가르키고
        어디까지 왔나,
        밤하늘은 금세
        온갖 외로움들로 글썽거리고
        



[감상]
내 고향 대천에서는 시내버스 요금이면 빈털터리 서해바다를 보러 갈 수 있습니다. 가끔씩 내가 품었던 희망이 쓸쓸해질 때마다 바다에 갔었습니다. 백사장 어느 돌담밑에 쭈그리고 앉아 지는 해를 한참동안 바라보았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어떤 깨달음의 소리를 줄 때까지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캔맥주를 땄을 때 들리는 파도소리. 벌겋게 취한 것은 서쪽으로 난 모든 창들이었고, 나는 잔상이 남은 먹먹해진 눈으로 터벅터벅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때가 왜 자꾸 생각 나는 걸까요. 지금 나는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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