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에서」 / 고경숙 / 『부천문학 39집』 中
염전에서
염전에 있는 것은 모두 다 슬픔이다
물에 생명 있어 흐르다 흐르다 마지막 가는 곳
소금밭 사이 경계를 맨발로 가는 저 실오라기같은 바람에게 묻노니
사금파리 염판에 엎어져 그대 한없이 울어보았는가
목도 가득 실려가는 눈물의 끝
소금창고는 꺼이꺼이 목젖을 떨며 지나온 시간 울음 삼키는 상여집
목놓아 울지도 못한다
어느 여름날
찐한 태양아래 죽음처럼 고요한 염전에서
열린 창고문짝에 바람이 다녀가는 소리 듣는다
수차를 돌리마, 태양조차 돌리마
끊임없이 생을 돌리는 저 검은 등짝에
하얗게 소금이 엉길 때까지
푹 눌러쓴 짚풀모자에
파랗게 함초가 돋을 때까지
노인과 나는 풍경 속에 오롯이 갇혀있었다
[감상]
염전의 풍경과 더불어 '눈물'을 승화시키는 흐름이 좋습니다. 염전을 염전에서 그치게 하지 않고, '사금파리 염판에 엎어져 그대 한없이 울어보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여운이 깊었습니다. 좋은 시에는 항상 시인만의 직관 즉, 대상을 직접 파악해내는 눈이 있는데 이 시의 '소금창고는 꺼이꺼이 목젖을 떨며 지나온 시간 울음 삼키는 상여집'이 그렇습니다. 세상의 눈물은 염전에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