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건 것일까」/ 장목단/ 『제7회 비슬산 참꽃축제』 작품대상 수상작
누가 내건 것일까
문득 눈을 뜨니
20층 아파트 외벽을 타고
봄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천길 벼랑 유배지 같은
저 곳에,
낡은 페인트칠 그대로인 채
누가 봄꽃들을 내건 것일까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꽃들을 잊어버린지 오래인데
기우뚱하던 해가
서산을 넘는 저녁 무렵
사람들은 허공에 핀 꽃들을
한아름씩 안고
집으로 들어간다
자지러지는 꽃들의 웃음소리가
이리 저리 몰려다니다가
밤이 되면 둥둥 떠올라
별이 된다
[감상]
대구 비슬산에는 지금 분홍의 참꽃이 만발한 모양입니다. 작위적이지 않은 편안한 시각과 서정이 아름답습니다. 특히 '허공에 핀 꽃들을/ 한아름씩 안고'의 상상력 개입이 적절하게 스며들어서 시가 격조 있습니다. 아울러 '꽃'을 '별'로 치환시키는 희망의지 또한 아름다운 것이어서, 시 자체가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선물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