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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건 것일까 - 장목단

2003.04.22 14:52

윤성택 조회 수:1018 추천:152

「누가 내건 것일까」/ 장목단/ 『제7회 비슬산 참꽃축제』 작품대상 수상작



        누가 내건 것일까


        문득 눈을 뜨니
        20층 아파트 외벽을 타고
        봄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천길 벼랑 유배지 같은
        저 곳에,
        낡은 페인트칠 그대로인 채
        누가 봄꽃들을 내건 것일까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꽃들을 잊어버린지 오래인데

        기우뚱하던 해가
        서산을 넘는 저녁 무렵
        사람들은 허공에 핀 꽃들을
        한아름씩 안고
        집으로 들어간다

        자지러지는 꽃들의 웃음소리가
        이리 저리 몰려다니다가
        밤이 되면 둥둥 떠올라
        별이 된다



[감상]
대구 비슬산에는 지금 분홍의 참꽃이 만발한 모양입니다. 작위적이지 않은 편안한 시각과 서정이 아름답습니다. 특히 '허공에 핀 꽃들을/ 한아름씩 안고'의 상상력 개입이 적절하게 스며들어서 시가 격조 있습니다. 아울러 '꽃'을 '별'로 치환시키는 희망의지 또한 아름다운 것이어서, 시 자체가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선물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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