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 이명덕/ 『천년의시작』 시인선
구름, 한 자리에 있지 못하는
밤낮 길을 떠나는
잊혀진 빛깔로도 눈부실 줄 아는
새로 치장한 하늘 위를 넘보려는
비바람 품은 속셈 드러내지 않는
헐거운
허리띠
치마끈 푸는
봄날
[감상]
미켈란젤로 화보를 보다가 다비드 상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영혼의 껍데기인 저 몸은 얼마나 감각적인가… 그래서 그 몸이 되고 싶다고 나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매일 아침 일찍 머리를 감으러 헬스클럽으로 가는 이유도 거기 어디쯤 이유가 있을 법합니다. 이 시는 마지막 연에서 오는 이미지가 선명합니다. 봄은 여인의 허리곡선에서 오는 걸까요. 겨우내 두꺼운 옷으로 가려두었던 옆구리와 힙 사이를 그리는 그 곡선, 이 시의 상상력에서 보이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