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손끝』 / 신원철 / 영언문화사
나무의 손끝
풀리는 땅을 한 방울씩 빨아올리는
그 기쁨의 표현은
하늘을 휘휘 젓는 것
심심해지면,
봄이 근질근질 돋아 오르는 맨 팔뚝으로
기지개 한 번 여유 있게
켜고는
사방을 둘러보는 싱거운 사내
굵은 어깨로부터 갈라져 나간
무수한 손가락들로
바람의 치맛자락을
슬금슬금 어루만지고 있네
[감상]
나무를 '사내'로 의인화한 시입니다. 시에 있어 의인화는 가장 시적이게 하는 키워드인데, 이 시는 의인 뿐 아니라 '싱거운 사내'라는 개성 있는 성격을 창출해냅니다. 봄의 기운과 그 안에서 자라는 나무의 가지를 손가락으로 비유하고 호기심을 느낍니다. 기실 호기심이란 따지고 보면 적극적인 삶의 관심이고 자세인 것입니다. 창밖을 보면 밑둥이 굵은 가로수들, 죄다 한쪽 팔을 시멘트 바닥 위로 뻗어 올리고 지상의 하늘을 더듬고 있는 것만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