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하루는 낯설다』/ 김추인/ 세계사 시인선 82
밤 막차는 왜 동쪽으로 달리는가
청량리발 야간열차를 타고 탄더미처럼 쏟아지는 어둠의 층을 덜커덩덜커덩 뚫어내며 달리다 보면
그대 젊은 감성은
밤새의 날카로운 눈빛이 되어 한결 선명해진 시간의 긴 터널을 응시하게 된다
한밤을 내쳐 달려온 빙결의 새벽빛이
바다의 눈동자와 제일 먼저 마주치기 위해
마주친 카랑한 빛살, 반도의 마지막 인가까지 환하게 들어올릴 아침 식탁을 위해
밤 막차는 동쪽으로 레일을 깐다
[감상]
기차가 달리는 모양을 '탄더미처럼 쏟아지는 어둠의 층을 덜커덩덜커덩 뚫어'낸다는 시각이 새롭습니다. 누구든 한번쯤은 밤기차를 타고 어디든 떠났던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소실점으로 다가오는 레일의 끝 일출을 터널처럼 통과하리란 것을 이 시를 통해 느낍니다. 잔잔한 감성이 배여 있네요.